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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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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철수의 새정치, 원균의 칠천량 해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최근 정치 입문 10년을 기렸던 모양이다.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도전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중도보수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한다. 중도정치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여전히 중도팔이라니 깊은 유감이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입문 10년 또한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날을 기산하여 정한 듯싶으나 그보다 1년 앞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양보하는 미덕이 빛났던 정치 데뷔 기억은 지워버린 걸까? 알 듯 모를 듯하다.

10년 전, 안철수의 새정치는 신선하고도 강력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정치의병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낡은 지역주의와 이념의 담장 아래 숨어 정쟁만 일삼는 기득권 정치를 겨냥한 변혁적 상황이 전개됐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다.

정치인 안철수에게는 좋은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번번이 이해 못할 선택으로 정치적 고비를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양보의 미덕을 남겼던 서울시장 선거, 자진 철수라는 신기원을 보여준 18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을 추진하다 돌연 민주당과 통합하며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하는 새정치의 황당한 진수를 보여줬다.

 

필자는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을 추진하던 새정치연합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안철수의 정치적 미숙함이 마음에 걸렸으나 그가 내걸었던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명분 없는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참담하게 끝이 났다. 기득권 정치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며 용기 있게 정치권에 뛰어든 신진 정치의병들의 좌절과 절망은 필설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그뿐인가. 전북과 호남에서 기득권화된 민주당 정치에 대해 성찰하며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까지 감행했던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민주당을 박차고 나왔는데 도로 민주당이라니 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일이겠는가. 안철수 현상으로 떠올랐던 새정치의 꿈과 희망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정치권의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뜬구름에 지나지 않았다. 안철수의 10년 정치 행적 어디에서도 새정치의 신박함은 찾아볼 수 없다. 변신을 변화로, 배신을 고뇌의 결단처럼 꾸미는 재주는 있을지언정 오히려 구태정치만 못하다.

지난 초박빙 대선에서 안철수의 또 다른 변신과 배신이 윤석열 정부를 만드는 데 일조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그가 아직도 중도정치의 아이콘인 양 행세하니 측은한 마음이다. 더 이상 중도의 탈을 쓰고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기를 정중히 권고한다. 이제 안철수의 정치적 운명은 그가 조연해 만든 윤석열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무운장구를 빌 뿐이다.

 

조선을 통틀어 최악의 장수하면 원균을 떠올린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애써 키워 놓은 조선 수군을 단 한 번의 칠천량 해전으로 전몰시키다시피 하며 조선을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수많은 휘하 병졸들과 함대를 수장시키고 홀로이 살아 도망치다 왜군에 잡혀 무참히 살해되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훗날 선조에 의해 1등 공신으로 추증되니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도정치의 꿈과 희망이 안철수 현상을 낳았지, 안철수 현상이 중도정치의 꿈과 희망을 잉태한 게 아니다.

안철수는 중도정치를 이용만 하다 버렸지만, 정치의병들의 결기가 살아있는 한 중도정치의 불씨는 다시 살아나리라 확신한다.

 

 

2022. 9. 20.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직무대행 이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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